20190918 한국에서만 먹을 수 있는 것

2019. 9. 18. 23:01돌아다니기

 

위 영상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다음 주에 교환학생을 나갑니다. 6개월 정도 외국에 나가있으니 우리나라에서만 먹을 수 있는 것을 먹어두자는 마음으로 점심을 먹으러 나섰습니다. 외국에 나가면 먹기 어려운 것이 뭐가 있을지 고민해봤지만 역시 어머니께서 해주신 음식들이 제일 어렵겠죠.

그래서 갔습니다. 어머니의 손길이 깃든 음식, 맘스터치.

집에서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는 맘스터치

맘스터치에 가기로 마음먹은 순간 맘스터치에서 맨날 버거만 먹고 치킨메뉴들은 자주 먹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찬투정했던 아들이 커서 느끼는 죄책감에 반성의 의미로 치킨을 먹으려고 했습니다만, 내일 송별회 겸 친구들과 만나서 오늘 맘스터치에 온 이유와 같은 이유로 양념치킨을 먹기로 약속을 한 것도 있고, 치킨 한마리를 혼자 먹으면 너무 배부를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에 그냥 버거를 먹었습니다.

저기 보이십니까? 맞습니다. 치킨에는 하프라는 단위도 있었습니다. 하프가 있다는 걸 알았으면 그냥 치킨 먹을걸

맘스터치 신메뉴는 항상 챙겨먹기에 입구에 붙어있던 신메뉴 포스터를 보고 주문을 했습니다만, 내일부터 판매한다는 대답만 돌아왔습니다. 어쩔 수 없이 신메뉴와 가장 맛이 비슷할 것이라고 예상되는 마살라버거를 먹었습니다.

살사리코버거야, 먹고싶었다.

마살라버거. 맘스터치에는 닭가슴살 치킨패티와 닭다리살 치킨패티가 있는데 마살라버거는 가슴살 패티였습니다. 덕분에 다릿살보다는 조금 더 체중 조절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세트로 시켜서 감자튀김과 콜라도 같이 먹었습니다. 인도 음식을 잘 몰라서 마살라버거가 마살라 맛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매콤한 맛이 역시 맛있었습니다. 역시 어머니의 손맛.

맘스터치에서 버거를 먹고 나온 후 외출한 김에 카페를 가려고 했습니다만, 소화도 좀 시킬 겸 코인노래방에 먼저 갔습니다. 천원에 네곡인데 삼천원을 쓰고 나왔습니다. 혼자 코인 노래방을 가면 다른 사름들과 갔을 때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은 없지만, 혼자이기에 눈치보지 않고 부를 수 있는 노래도 많습니다. 내가 잘 모르는 노래나 남들이 잘 모르는 노래는 잘 못 부르거나 즐거운 분위기를 망칠 수 있으니 눈치를 보고 못부르는데 혼자서는 아무 노래나 막 부를 수 있습니다. 부르다 지치면 음정을 계속 낮춰가며 부르면 됩니다.

마지막으로 부른 이문세의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저의 노래방 18번입니다. 번호도 3번이라서 찾기도 쉽습니다. 참, 18번이라는 말은 일본어의 잔재라는 사실, 알고계신가요? 앞으로는 18번이라는 말 대신 이 노래를 생각하며 3번이라고 하는 건 어떨까요? 저의 노래방 3번은 이문세의 가로수 그늘아래 서면입니다.

이후에는 원래 계획대로 카페에 가려고 했으나, 도장을 파야하는 일이 있어서 도장을 파러 버스를 타고 조금 더 멀리 나갔습니다. 제가 여렸을 적에는 길거리를 걷다보면 노점같은 곳에 구두 열쇠 도장 이 세 단어가 자주 보였던 것 같습니다. 요즘에는 그런 걸 많이 보기어려워서 어디로 가야하나 고민했습니다.

일산에 위치한 어느 구청

그래서 대충 구청 근처에서 법원쪽으로 걷기 시작했습니다. 구청과 법원이면 도장 필요할 일이 있는 곳들이고, 이 근처까지 먼길 왔다가 도장이 없어서 '아 맞다 도장! 힘들여 여기까지 왔는데 다시 돌아가기는 귀찮으니 근처에서 새로 파야지' 하는 사람들을 노린 도장 가게들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무작정 법원쪽으로 걸었습니다만, 관찰력이 부족한 탓인지 찾지 못하였습니다. 그래서 그냥 폰을꺼내 지도 앱에서 도장이라는 두글자를 검색하여 찾아갔습니다.

정겨운 글씨체로 써있는 네 단어. 분명히 다른 건물에도 있었을 터인데 검색하기 전까지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요즘 도장은 컴퓨터로 설계하고 기계가 쓱쓱하니까 금방 파졌습니다. 컴퓨터와 기계가 만든다면 고유 개인의 증명이라는 도장으로써의 기능에 문제가 있지 않나 생각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계속 쓸 도장도 아니어서 바로바로 받는 이 방식이 좋기는 했습니다. 도장을 파고 난 후, 원래 예정에 있었던 카페를 갔습니다.

'커피 콩과 찻잎'이라는 이름의 카페입니다. 너무 길어서 저는 그냥 콩다방이라고 부릅니다.

카페에 들어가기 전에는 커피가 아닌 핫초코같은 달달한 음료를 먹을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메뉴판에 콜드브루 커피와 콜드브루 라떼가 6-9월 시즌 메뉴라고 적혀있었습니다. 며칠 지나면 내년 6월까지 보지 못하는 메뉴와 내년 2월까지 외국에 나가있을 저의 모습이 비슷하게 느껴져 콜드브루 라떼를 주문했습니다.

괜히 인스타그램에 올려야 할 것처럼 찍어본 사진. 별 의미는 없습니다.

커피를 마시고 나와 주변에 있는 PC방으로 갔습니다. PC방을 간 이유는 그저 그 PC방에 시간이 남아있는데 오늘이 아니면 또 갈 일이 없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남아있는지 여부는 확실하지 않았지만, 5개월 이상 다시 올 일 없는 것은 확실했기에 들어가봤습니다. 시간이 2시간 30분가량 남아있더군요.

2시간 30분동안 할 게 없었습니다. 집이라면 플스로 몬헌 아이스본을 하던가, 스팀 게임을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PC방에는 플스가 없고, 스팀 게임을 새로 깔고 하기에는 2시간 40분은 미묘하게 짧은 시간입니다. 그래서 그냥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배틀넷에 접속하니 한국인의 민속놀이인 탓인지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가 추석맞이 할인을 하고 있었습니다. 단돈 11,000원밖에 안 하는 가격에 '아니, 도장 파는 비용보다 싸잖아?'라고 생각하며 질렀습니다. 원래라면 이거 이번에만 하고 안 할  것이라고 옳게 판단하여 안 샀을텐데, 교환학생을 노트북 하나만 들고 가서 가있는 기간 중에 할 수 있는 게임이 얼마 없었지만 스타 리마스터 정도는 돌릴 수 있으니 할 것이라고 합리화를 해버렸습니다.

치트 치고 컴퓨터와 7대1 한 판, 치트 없이 컴퓨터와 1대1 한 판을 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왜 여태껏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를 사지 않았었는지 깨달았습니다. 저는 RTS에는 재능이 없습니다. 그 사실을 할인이 망각하게 만들어버렸습니다. 스타크래프트를 끄고 오버워치를 했습니다. 이 게임에 포지션 픽하고 게임 시작하는 것이 생겼다길래 랭크만 그런줄 알았는데 그냥 빠른대전도 그렇게 바뀌어 있었습니다. 저는 아직도 중복픽이 가능했던 그 옛날의 5디바 1루시우 조합이 그립지만 바뀌는 세상에 적응을 할 수 밖에 없는 신세입니다.

남아있던 시간, 2시간 30분이 너무 순식간에 지나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아니 PC방에서 찍었던 사진들을 이제 확인해 보니까 들어가서 로그인 했을 때 시간이 17시 20분경이고, 나왔을 때 시간이 19시 경입니다. 2시간 30분 남았다면서 실제로는 1시간 40분정도밖에 안 했습니다. 순식간에 지나간 건 그냥 기분 탓이 아니라 실제로 PC방 시간이 빨랐던 것이었습니다. 왠지 자리가 유료게임석이랑 무료게임석이 나눠져있더라니 유료게임석에서 한 게 잘못이었을까요. PC방에 무료게임석에서 하면 시간당 500원 이벤트를 했지만 저는 단지 시간을 쓰는게 목적이라서 유료게임석에서 했을 뿐인데 시간이 흐르는 속도가 다른 것이었다니 알았다면 무료게임석에서 플레이했을 것입니다. 심지어 리마스터도 플레이 전에 샀던 것이어서 진짜 유료게임석에서 한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유료 게임석에 앉기 전에 왜 이곳에 사람들이 죄다 무료게임석에 앉아있었는지에 대해 잠시라도 생각해봤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텐데 아쉽습니다.

오늘은 날씨가 좋아서 햇빛이 강한데도 그늘에 있으면 시원한 바람이 불고 기분이 좋았습니다. 기분 좋은 날 혼자 돌아다니는 것도 재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