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장찌개가 먹고 싶은 날

2019. 10. 26. 01:11일기/먹고 마시기

누워서 폰으로 유튜브를 보고있었다.
영국남자 채널에 베컴이 나왔다.
베컴이 먹는 된장찌개를 보고 갑자기 된장찌개가 먹고싶어졌다.

고깃집에서 파는 된장찌개의 맛. 거기에 차돌박이를 넣어서 소 기름으로 가득해 기름진 그 맛. 기름이 가득하지만 청양고추의 매운 맛으로 칼칼하게 입맛을 돋아내어 계속해서 먹게되는 맛. 그런 맛의 된장찌개를 먹고싶어졌다.

그런데 나는 지금 일본에 있다. 한국에서 느낄 수 있는 그 맛을 포기해야 했지만, 포기 할 수 없었다. 어떻게 해서든지 된장찌개가 먹고싶은 그런 날이었다. 그러던 중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미소를 일본 된장이라 부르니 미소로 된장찌개를 끓일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다음 날, 재료를 대충 사서 만들어봤다.

 

 

재료 설명

배추 - 된장찌개 하려고 사온 건 아니고 그냥 냉장고에 남아있길래 넣었다.
당근 - 원래는 애호박을 넣으려고 했지만 애호박을 팔지 않아서 대체하기 위해서 샀다.
두부 - 나는 단단한 두부를 좋아해서 제일 단단해보이는 녀석으로 샀는데 부드러웠다. 내가 좋아하는 단단한 두부는 어떻게 생긴건지, 무슨 글자가 씌여있는지를 모르겠다.
고추, 고춧가루 - 매콤함을 주기위해 샀다.
고기 - 큰 마음 먹고 소고기로 샀다. 물론 그 와중에도 20% 세일 된 걸로 산 걸 볼 수 있다.
대파, 양파, 다진 마늘(사진엔 없음)

 

만든 과정

먼저 재료들을 적당히 썰었다. 양파 당근 배추 고추 파를 적당히 썬 이후의 모습니다.

대충 불을 올리고 냄비에 고기를 넣었다. 우리 모두가 아는 고기가 마이야르 반응을 일으켜 맛있어지는 그 색깔이 나올 때까지 구웠다.

대충 이정도까지 굽고 나서 물을 넣었다.

샀던 미소다. 미소 대충 사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종류도 많고 가격대도 다양해서 뭘 사야할지 고민했다. 고민 끝에 산 건 제일 싼 것이었다. 포장지에도 나와있지만 제일 싼 주제에 750g이라는 어마어마한 양이 들어있었다. 5큰술 정도 썼던 것 같은데 남아있는 양이 많아서 남은 것 가지고 뭘 해야할 지 좀 고민이 된다.

여튼 국자에다가 미소를 저런식으로 올린 다음에 끓는 물에다가 담그고 젓가락으로 살살 풀었다. 그냥 하면 된장이 뭉쳐있나? 아마도 그래서 그런 식으로 천천히 푸는 게 좋을 것 같다. 사실 이유는 잘 모르고 어머니가 된장찌개 끓일 때 저런 식으로 하길래 나도 그냥 그렇게 했다.

그리고 아까 썰었던 야채들을 그냥 몽땅 다 털어 넣었다. 사진을 찍을 땐 분명 넣는 모습으로 찍는다고 찍었던 것 같은데 왜인지 앞에 썰었을 때 사진이랑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인다.

야채에 고추도 들어가 있지만 매콤함을 더욱 주기 위해서 고춧가루도 넣었다. 이 때 쯤 간을 봤는데...

 

생각보다 매콤함이 덜 했다.

급하게 고추를 하나 더 썰고 집어 넣었다.

대충 급하게 넣는 모습을 표현한 사진이다.

마지막으로 두부를 대충 잘라 넣었다. 꺼내지 않고 플라스틱 갑에 있는 상태로 잘랐다. 가로로 2번 세로로 2번 칼질을 해서 9덩어리로 만들었다. 만들고 보니 생각보다 갑이 깊이서 두부들이 좀 길쭉한 모양이었다. 그 사실을 찌개에 넣으면서 알게 되어서 그냥 것가락으로 몇몇 두부를 자르는 정도로 마무리 했다.

완성된 모습. 그냥 대충 다 때려넣기만 해서 맛있을까 싶었는데 맛있었다.

흠...

그런데 이때 쯤 맛을 봤을 때 분명 맛있기는 한데 뭔가 부족한 맛이었다.

흐음...

생각을 하다가 빼먹은 게 떠올랐다.

사진이 왜이렇게 흔들리게 나왔는지 모르겠다. 아마 배고픈데 먹을 걸 눈 앞에 둔 상황이라서 손이 벌벌 떨렸었나보다. 아무튼 모자란 맛을 채워주기위해 다진 마늘을 넣었다. 마음같아서는 마늘을 사서 직접 다져 넣고싶었지만 깐마늘을 안팔아서 처음부터 손질해야되는 게 너무 귀찮아서 다져져 있는 마늘을 샀다. 근데 저게 우리나라에서 파는 간마늘 같은 느낌이 아니라 입자가 약간 큰편인 다진 마늘이고, 순수한 마늘만 있는 게 아니라 약간의 양념이 되어있는 상태라서 안 넣는 낫지 않을까 잠깐 고민했다.

뭐 고민한다고해서 뭔가 부족한 맛을 채워줄 다른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한 번 사둔 것 안 쓸 수도 없는 일이라서 그냥 넣었다.

진짜 완성.

그냥 된장찌개 같은 맛이었다. 사실 당근보다 애호박이 더 나은데 없는거라 어쩔 수 없고, 배추도 그냥 냉장고에 남아있길래 때려넣은 건데 막 튀는 맛이 나는 친구는 아니라서 잘 어울렸다. 고기도 있고 적당히 매콤한 맛도 나서 원하는 맛을 70%정도 구현해 냈다.

모자란 30%는 미소와 된장이 주는 느낌적인 느낌의 차이와 생각보다 고기의 맛이 많이 느껴지지는 않았다는 것.

사실 맛으로 된장과 미소를 완벽히 구분 할 정도의 미식가는 아니라서 큰 상관이 없는데 고기의 부족이 주는 아쉬움은 좀 크게 느껴졌다.

 

그런데 어쩔 수 없는 게 고기는 2인분 정도에 맞춰서 샀지만, 야채는 나중에도 먹을 생각으로 넉넉히 사고 찌개를 끓이면서 2인분 이상 분량으로 넣었다.

 

그렇다. 2인분 이상 분량.

혼자 살고 혼자 다 먹어야하는데 너무 많이 끓였다.

목요일 저녁에 저걸 했는데 금요일 아침 저녁으로 먹고도 2번 더 먹을 정도로 남았다.

양 조절 실패...

내일이면 다 먹을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내일이면 만든지 3일 째 되는 날이다보니 상하지 않을까 좀 걱정되긴 한다.

뭐 대충 끓이면 대충 괜찮아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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